와인시음의 생리학?!

와인시음의 생리학(생각하기보다 냄새를 맡아라)

 

 

냄새는 어떻게 맡을까?

 

 코는 숨을 들이쉴 때마다 주변 세계의 중요한 정보, 즉 그곳의 즐거운 분위기. 기회, 위험 따위를 감지한다.

눈을 감고 입을 다물며 손을 가만히 놔두고 귀를 막을 수는 있지만, 코만은 그럴 수 없다.

코는 쉬지 않고 활동하면서 위험요소나 쾌감의 기회를 탐지한다.

 

 우리의 후각은 학습을 돕고 기억을 환기시키며 치료를 촉진하고 열망을 굳히고 행동을 촉구한다.

 또, 생명의 보존과 유지에 아주 중요해서 후각이 수집한 순간적 정보는 다른 감각들을 처리하는 시상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뇌변연계로 이동한다. 대뇌변연계는 우리의 감정과 감정적 반응, 정서, 동기, 고통 및 즐거움의 기분을 조절하고, 후각적 자극을 분석하는 곳이다.

 

 대뇌변연계에 저장된 기억은 유일하게 감정 상태와 육체적 감각을 연결하며,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원시적인 학습 형태, 즉 작업기억을 유발한다. 우리가 냄새를 기억하는 방식은 장면, 소리, 맛, 감촉을 기억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냄새에 대한 반응 방식은 오히려 감정에 대한 반응 방식과 비슷하여 심박동이 증가하고 더 민감해지며 호흡이 가빠진다. 이러한 감정과의 연관성 덕분에 후각은 기억을 강하게 자극하는 힘이 있어서 한번 냄새 맡는 것으로도 즉시 특정 시간과 장소로 되돌아 갈 수 있다.

 

 2004년 컬럼비아대학의 리처드 액설 교수와 허친슨 암연구센터의 린다 벅 교수는 후각에 대한 획기적인 발견으로 노벨의학상을 수상했다. 액설과 벅 교수는 코 상부의 상피 세포에서 거대한 유전자군, 즉 후각수용체라는 독특한 단백질 수용체의 생성을 제어하는 유전자군을 발견했다. 후각수용체는 들어오는 수천 가지 특정 냄새 분자를 인지하여 그 분자에 들러붙는다.

 

 후각수용체에 붙들린 화학분자는 전기신호로 변환되고, 이 전기신호는 각 비강에 하나씩 있는 후각망울의 뉴런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후각신경을 따라 대뇌변연계의 일부분으로 분석과 반응을 담당하는 일차 후각피지로 이동한다.

 

 냄새의 전기신호가 대뇌변연계로 향할 무렵, 젖은 가죽 냄새와 야생화 냄새, 살구냄새, 강바위 냄새 같은 냄새의 구성성분들이 이미 파악된 후 전기신호로 전환되어 있다.

 

 대뇌변연계는 이렇게 파악된 구성성분들을 다시 종합한 뒤 기억의 거대한 데이터뱅크에서 그에 걸맞는 것을 탐색함으로써 분석을 한다. 분석이 완료되면 대뇌변연계는 적절한 생리적 반응을 유발한다.

 가령 퓔리니 몽라셰 와인을 예로 들면, 대뇌변연계는 이 와인을 샤르도네 포도로 빚은 기분 좋은 화이트 와인으로 인식할 수 있다. 한편 와인을 비교적 많이 시음해본 사람이라면 기억의 데이터뱅크가 더욱 고도로 개발되어 있어서 이 와인을 그동안 마셨던 다른 퓔리니 몽라셰 와인들과 결부시킴으로써 그것을 퓔리니 몽라셰로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전문적인 시음가들이라면 포도원, 제조자, 생산년도까지 상기할 수 있다. 시음과 테스트를 많이 해보고 공부를 많이 할수록 그만큼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대뇌변연계는 인간의 뇌에서 감정, 동기, 정서적 연상을 관여하는 체계를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명칭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감정 상태를 냄새 같은 육체적 지각에 대한 기억과 융합함으로써 기억의 형성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퓔리니 몽라셰의 냄새가 병에서 뇌까지 이르는 과정

 

 퓔리니 몽라셰의 냄새가 병에서 뇌까지 이르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 기대감에 부풀어 병을 띤다

· 적당한 잔에 와인을 따른다.

· 잔을 흔들어 와인의 아로마를 발산시킨다.

· 수차례 와인의 부케를 깊이 들이마신다.

· 와인 속의 화학성분이 공길르 타고 콧구멍 속으로 들어간다.

· 코의 중간쯤에서 특정 단백질 수용체를 지닌 수백만 개의 후각수용체 뉴런이

그 와인 특유의 성분을 이루는 냄새에 붙는다.

· 적절한 수용체와 짝을 이룬 특정 냄새분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수용체 모양이 변한다.

· 수용체가 변하면서 유발된 전기신호가 후각망울로 갔다가 뇌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뇌에서는 이 전기신호를 어떤 냄새나 냄새들의 집합으로 파악한다.

· 뇌에서는 그 냄새들을 지각, 느낌, 감정, 기억, 지식 등에 연계시킨다.